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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앙일보 논설고문인 박용필(18회) 동문의 8월 11일자 중앙일보 칼럼 기사를 퍼 온 것입니다.

 

 

             ****************************

 

[윌셔 플레이스] 오늘은 '대통령 조크의 날' 
박용필/논설고문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방금 한 법안에 서명을 마쳤습니다." 지난 1984년 8월 11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어지는 대목에 보좌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각부터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게 됐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갑자기 노망이 들었나? 레이건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 옥타브 높아졌다. "5분 내에 (러시아에) 폭격이 시작됩니다." 측근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 마이 갓!" 

레이건은 그러나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여유만만이었다. 그러면서 "마이크 시험 중"을 몇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때까지도 마이크가 꺼진 줄 알았다. 장난기가 발동해 조크를 한 번 해본 것. 하지만 공영방송 NPR의 마이크는 작동 중이었다. 다행히 방송국 엔니지어의 기지로 '폭격' 대목은 전파를 타지 않았다. 

옛 소련의 전자 정보전 능력도 미국 못지 않았다. 극동군에 비상이 걸리며 곧바로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정말 미국이 핵공격을 퍼부을 것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국무부는 즉각 핫라인을 통해 레이건의 연설이 농담이었다는 사실을 통보해 오해가 풀렸다. 하마터면…. 

얼마 후 소련은 관영통신 타스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전례없는, 악의에 찬 공격을 해왔다며 레이건에 욕설을 퍼부었다. 

그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던 해. 레이건은 이 해프닝으로 체면손상은커녕 지지율이 되레 치솟았다. 여론은 '시원하다'며 레이건에 극히 우호적이었다. 지도자의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줬다고 할까. 심지어 그의 조크에 빗댄 노래가 나와 히트를 쳤다. 타이틀은 '5분(Five Minutes).'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레이건은 당시 폴란드 공산정권이 자유노조인 '솔리대리티'를 불법화한 것을 패러디했다. '악의 제국' 소련을 불법화하겠다며 분풀이를 한 것이다. 

'폭격' 1주년을 맞아 레이건은 또 한 번 청취자들을 웃겼다. "정치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입니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직업(윤락)과 비슷한 점이 많지요." 만인을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 같은 '더티 조크'를 던졌다. 

레이건의 '5분'을 기념해 매년 8월 11일은 '대통령 조크의 날(Presidential Joke Day)'로 지정됐다. 공식적인 행사는 없지만 대통령은 이날을 즈음해 농담 한마디는 던지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IQ가 제일 뒤진다(?)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조크에서 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지적(intellectual)' 수준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보좌관들이 아침마다 내게 '정보(intelligence)' 보고를 해준다." 

두 단어의 어원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우스개를 한 것이다. 부시의 능청맞은 개그에 배꼽을 잡을 수밖에. 오바마 대통령도 꽤 수준 높은 유머를 구사한다. 그가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올해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의 말 본새는 조크는커녕 아주 비열하다. "러시아가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을 전수 해킹해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레이건이 살아있다면 당장 대역죄인으로 감방에 처넣었을텐데. 

나라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조크는 삶의 윤활유다. "나는 어제도 웃고, 오늘도 웃고 있고, 내일도 웃을 거다. 삶이란 울기엔 너무 짧지 않은가." 네팔의 어느 작가가 한 말이다. 유머를 생활화 하자는 말일 터. 히말라야 중턱에 자리잡은 이 나라는 행복지수 상위국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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