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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기제'란 필명으로 수필가로서 화동 중인 박기순(17회) 동문께서 지난 8월 16일 자 중앙일보 '이 아침에'란 칼럼에 기고하신 글을 퍼 온 것입니다.

 

 

            **********************************

 

드러내지 않는 '참 봉사'의 감동

 

- 노기제-

 

문 앞에 놓인 택배. 보낸 이는 의왕시 가정상담소 소장 최영수. 뭘까? 은은하게 번지는 라벤다 아로마 향. 감미로운 내음에 취하며 박스를 연다. 두 개의 천연 비누와 카드.

"이번에 탄 상은 당신과 함께 한 것이었기에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작은 선물을 보내."

뭔 상을 탔기에…. 여고 동창인 영수는 매 맞는 여성들, 비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정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에 여고 동창 사이트에 사연을 올려서 마음 있는 친구들이 아주 작은 사랑을 보탠 기억이 난다. 사랑 실천 봉사 단체다. 

운영비의 대부분은 영수 남편 주머니에서 나온다. 잘 키운 자녀들이 엄마와 뜻을 합해 음으로 양으로 많이 돕고 있다. 한국 방문 때 연락이 되면 밥 사주고, 선물 사서 안겨 주며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 친구들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며 고맙단 말을 달고 산다. 내가 사랑을 보탰으면 얼마를 보탰다고 몇 배를 되돌려 주려 열성이다. 글 쓰는 사람이라고 책도 사서 보내주고, 내 글 올려놓은 사이트에 정성껏 들러 읽어 주고, 댓글로 용기 주고, 어쩌다 글줄 막혀 잠잠할 때도, 영수가 보내는 사랑으로 힘을 받고, 다시 글을 쓰곤 했다. 

영수 가슴에 그리도 풍성한 사랑이 있기에 자기 돈 써가며, 자기 시간 들여가며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는 핍박받는 여성들과 청소년들을 위해서 상담소를 운영할 수 있는가 보다. 상담이란 얘기를 들어 주고 같이 울고 위로의 말 몇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폭력으로부터 피할 곳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생활비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같은 또래의 신실한 친구가 되어 줄 봉사자도 필요하다. 뜨거운 가슴으로 나누어 줄 사랑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영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자진해서 가끔 힘을 보탠 것이 전부다. 세상에서 보기 흔한 봉사자의 모양새가 아니다. 남을 돕는다는 구실을 앞세워 여기저기 시도 때도 없이 손 내밀며 도네이션을 강요한다. 그렇게 해서 삯꾼의 한 사람으로 살면서도 세상의 칭찬은 혼자 받는다.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짐에 자화자찬이 넘친다. 혼자 의롭다 여긴다. 그런 봉사자가 아닌 영수. 아주 작은 한줌의 사랑을 보탠 이들에게 자기가 받은 상을 나누고 있다. 모교에서 받은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의 금일봉이 얼마나 된다고. 

마음 써 주고 기도해 주는 친구들 모두에게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영수의 가슴엔 얼마나 큰 사랑 주머니가 달려 있을까. 어떤 이유에서라도 영수가 지치지 않기를 빈다. 더불어 그 주머니엔 사랑이 항상 차고 넘치도록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이런 영수의 이야기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봉사를 한다는 일이 어떠해야 함인지를 우리가 속한 사회가 깨닫게 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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